잡학상식 / / 2023. 2. 18.

가장 오래된 술 봉밀주, 그리고 허니문

꿀은 가장 오래된 술의 원료이다

 

술의 기원과 함께 꿀로 만든 술인 봉밀주에 대해서 알아보고, 허니문이라는 말의 어원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술의 기원

술이 언제 어떻게 인간에게 전해졌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우리는 그저 그 탄생과정을 상상해 볼 뿐이다. 인간의 삶이 농경시대에 접어들기 전부터 술은 존재했다고 여겨진다. 발효란 것은 자연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미생물의 작용으로 어느 때나 일어나기 때문이다. 세계 각지에서 전해지는 술에 관한 전설들 가운데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과일을 따먹던 욕심 많은 원숭이가 나중에 먹기 위해 나무구멍 안에 저장해 둔 과일들이 자연스럽게 발효되면서 술이 되었다는 '원숭이 술'이 그것이다. 이 이야기만 봐도 술을 만드는데 발효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과정인지 알 수 있다. 원숭이에게서 술을 최초로 훔쳐온 인간은 아마도 호기심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알코올이 발효되면서 좋은 냄새를 풍기며 썩어갔을 것이다. 처음 그 존재를 마주친 인간은 머뭇거리며 그 액체를 입에 가져갔을 것이다. 그때 엄청난 향과 맛 그리고 취기가 몰아쳐서 인간은 처음으로 술을 만나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맛을 알게 된 인간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그 액체를 만들어보고 싶었을 것이고, 그렇게 최초의 양조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최초의 양조는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포도를 예를 들어보자 포도에는 당분이 많다. 그래서 용기에 넣어두기만 해도 껍질에 붙어있는 천연 발효종이 작용해서 자연스럽게 발효됐을 것이다. 자연생태계에는 자연스럽게 부식과 부패가 일어나고, 알코올의 발효과정 또한 이러한 부패의 과정과 다를 것이 없다. 사람이 술을 마시면 자연스럽게 취한다는 상태가 된다. 그리고 그 취한다는 상태가 먼 옛날 사람들에게는 정말 신기하고 흥분되는 일이었을 것이다. 약간의 쾌감과 현기증 기분 좋은 감정들이 사람들을 비일상적인 세계로 인도했다. 그리고 이 취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신을 만났다거나 신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이 비정상적인 상태를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원시신앙에는 토테미즘과 애니미즘, 샤머니즘 등이 있다. 그 가운데 음주와 쉽게 연관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샤머니즘이다. 샤머니즘이란 샤먼(주술사)에게 동물이나 신의 혼이 빙의되어 그의 입을 빌려 동물이나 신의 의지를 전달하는 신앙의 형태이다. 쉽게 말해 한국에서 무당이라고 하는 존재가 이 샤머니즘의 샤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빙의라는 과정의 무아지경에 빠진 상태에서 느끼는 황홀한 기분이 술을 마신 상태와 비슷했다. 사람들은 이러한 느낌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술이라는 존재를 통해 신의 세계로 갈 수 있다고 믿었다.

 

가장 오래된 술 봉밀주

세계 각국의 문화와 문명에는 그들만의 술이 존재한다. 그들이 직접 만든 것도 있고 다른 이들이 전파해 준 것도 있다. 술은 문화와 문명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때론 그 발전 과정에도 기여한다. 예를 들어 메소포타미아의 경우에는 술을 마시기 위해 빨대를 발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최초의 양조주라고 여겨지는 봉밀주(꿀술)가 있다. 자연계의 발효현상에 익숙해진 인간들은 드디어 인공정 발효과정에서 원하는 품질의 술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효모는 사실 특정한 조건만 맞는다면 발효를 시작하기 때문에 양조과정이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다. 인류는 포도나 사과 버찌, 꿀, 말 젖 등 당분이 많은 소재들을 술의 원료로 사용하여 양조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 꿀을 이용해 미드라고 하는 봉밀주를 만들었다. 시행착오를 거듭해 가며 양조방법을 익혀 드디어 맛있는 술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원료의 양이 부족해 많은 양의 술을 만들 수 없는 한계에 부딪혔다. 봉밀주의 원료인 꿀을 만드는 벌은 보통 6주를 살았기 때문. 봉밀주를 물에 녹인 꿀을 발효시켜서 만드는데 허브나 향신료를 넣는 드라이 미드 Dry Mead와 사과과즙을 넣는 시서 Cyser, 잼을 넣는 멜로멜 Melomel 등으로 다양한 버전이 있다. 꿀은 꿀벌이 꽃의 꿀을 모아서 체내의 효소로 분해 한 액체다. 빛깔이나 향기가 다양한 꿀은 예로부터 포도당뿐만 아니라 각종 비타민, 미네랄 등을 함유한 영양원으로 알려졌고, 스페인 북쪽의 알타미라 동굴 벽면에는 꿀을 채취하는 과정을 그린 벽화도 그려져 있다. 아마도 15000년 전부터 이미 인간은 꿀을 채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봉밀주를 만들기에는 꿀의 당분 농도가 너무 진하기 때문에 바로 발효시킬 수는 없고 물을 3배 정도 넣어 희석시켜야만 한다. 물과 효모를 넣고 일정시간 방치시키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봉밀주가 완성되기 때문에 제조법은 정말 간단하다. 꿀은 예로부터 방부작용을 하기 때문에 재생과 관련된 물질로 간주되어 귀하게 다루어졌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신관 등의 특권층만 꿀을 채취할 수 있었고, 바빌로니아에서는 죽은 자를 꿀에 담가두어 육체의 재생을 빌었다. 그리스의 주신 제우스는 요정 님프가 염소젖과 꿀로 키웠다고 전해진다. 또 고대 스칸디나비아 인들은 오딘의 석상 앞에서 봉밀주를 마시며 발할라에 가기를 빌었다고 한다. 신대륙에서도 봉밀주에 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는데 멕시코 인디오 등이 옛날부터 종교의식에 봉밀주를 사용했다고 적혀있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봉밀주는 인간이 가장 오래 마신 술이라고 할 수 있다.

 

허니문

결혼한 신혼부부가 떠나는 여행을 뜻하는 허니문. 허니문의 사전적 의미는 꿀같이 달콤한 달이라는 뜻인데 이 허니문의 유래는 이름처럼 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고대시대부터 중세초기까지 북유럽 사람들은 봉밀주를 맥주처럼 흔하게 마셨다. 고대 노르웨이의 풍습 중에 신랑이 신부를 납치해서 숨겨두는 풍습이 있었는데, 신부의 아버지인 장인이 딸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결혼을 인정할 때까지 잠시 숨어서 기다린 다음 신랑의 부족에서 함께 생활하는 풍습이었다. 숨어있는 동안 신랑과 신부에게는 꿀로 만든 술, 즉 봉밀주를 매일 한잔씩 주었고 이 봉밀주를 30일 동안 주는 기간을 허니문이라고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신랑과 신부는 아이를 가지게 된다. 결혼직후 1개월 동안 아이를 가진 이유는 음력의 1개월이 여성의 월경주기와 같았기 때문인데, 그래서 이 기간 동안 신랑 신부가 사랑을 나누면 아이가 생긴다고 믿었다. 이렇듯 꿀은 아이를 가지는 것과 관련이 깊었는데 다른 이유도 있다. 젊은 꿀벌이 여왕벌과 여왕벌의 유충을 먹이기 위해 분비하는 로열젤리는 여왕벌이 매일 2,000여 개의 알을 낳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르네상스 이후에 들어서면 이 허니문의 모습도 달라져 신랑신부는 은밀한 시간을 보내는 방식을 선호하게 된다. 하지만 이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현대의 여행과는 의미가 달랐다.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 때가 돼서야 현대의 여행과 비슷한 개념이 잡혔다. 아마도 산업혁명이 지나 교통수단이 발전하고 사람들이 더 멀리 떠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프랑스에서는 이 여행을 허니문이 아니라 영국식 여행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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